마사오카 시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네기시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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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俳句, 단형시), 단카(短歌, 단가)의 혁신자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1867~1902)의 생애 마지막 거처가 있던 도쿄도 다이토구(東京都台東区)의 네기시(根岸). 거리에는 구비(句碑, 하이쿠를 새긴 비)가 점재해 있으며, 시키의 숨결이 느껴지는 장소도 남아 있다. 문화인 사이의 친교도 엿볼 수 있고, 시키와 인연이 깊은 요리의 맛도 즐길 수 있다.

JR 우구이스다니역(鶯谷駅) 북쪽 출구로 나와서 걷다가 환락가를 빠져나가니, 단층 목조로 된 옛 민가가 서 있었다. 시키의 옛집을 재건한 '시키안(子規庵)'이다. 34살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8여 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시키의 침실이었던 6조(畳, 다타미의 수를 세는 단위) 크기의 공간을 재현한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수필에서 "병상 6척, 이것이 나의 세계다"라고 쓴 공간인가---. 기자도 누워봤다. 묘한 곡선으로 자란 수세미 열매가 눈에 들어오고, 잎새들 사이로는 햇빛이 스며든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소우주처럼 비쳤다.

시키안 맞은편에 있는 다이토구립 서도박물관으로 향했다. 서양화가이자 서예가였던 나카무라 후세쓰(中村不折, 1866~1943)가 자신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36년에 개관했다. 시키가 사망한 9월 19일 '헤치마키(糸瓜忌, 시키의 기일. 헤치마=수세미를 읊은 하이쿠를 3편 지은 것에서 유래)'를 앞두고, 두 사람의 관계를 소개하는 코너를 개설해 놓았다.

시키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사귄" 사이라고 자서전에 쓴 후세쓰. 시키의 얼굴을 그린 데생에서는 연필로 아련하게 묘사한 선에 깊이가 느껴진다. 두 사람의 우정의 깊이와 시키를 잃은 후세쓰의 슬픔이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스즈메요리 우구이스 오오키 네기시카나(雀より鶯多き根岸かな, 참새보다 휘파람새가 많은 네기시려나)". 인근 네기시 초등학교 앞에는 시키의 구비가 서 있다. 에도(江戸) 말기에서 메이지(明治)에 걸쳐, 이곳이 '휘파람새의 마을'로 불렸을 정도로 자연환경이 풍부했던 곳이었음을 가르쳐 준다.

시키가 사랑했던 두부를 맛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691년에 창업한 '사사노유키(笹乃雪)'에 들어갔다. 명물 요리는 '안카케(あんかけ) 두부(안카케=갈분으로 만든 양념장=을 얹은 두부)'. 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콩의 향내가 살며시 입안 가득 퍼진다.

11대 점주 오쿠무라 기이치로(奥村喜一郎, 53) 씨에 따르면, 시키는 숙부 가토 쓰네타다(加藤恒忠)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대신 이 점포의 '두부'를 가져갔다. 여동생 리쓰(律)가 소쿠리를 들고 사러 왔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사사노유키' 앞에는 '미나즈키야 네기시스즈시키 사사노유키(水無月や根岸涼しき篠の雪, 음력 6월이네 네기시는 선선하구나 사사노유키)' 등 이 점포에 대해 읊은 2편의 하이쿠가 새겨진 시키 직필의 구비가 세워져 있다.